언젠가 첫째가 책을 읽다가 질문을 했다.
-엄마 번개를 7번 맞고 살아난 사람은 운이 좋은거에요? 나쁜거에요?
아이는 번개를 7번 맞고 살아난 사나이에 대한 이야기를 읽은 모양이었다.
당장에는 사실 그게 뭐가 운이 좋냐고 하고 싶었지만 참고 아이에게 다시 물었다.
-너는?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?
아이가 질문을 할 때는 보통 혼자 생각에 어느 정도 자신의 답을 가지고 있을 때가 많다.
그러나 부모는 너무 쉽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아이는 그걸 정답으로 생각하고 자신의 생각을 수정하는 경우가 많다.
아이가 질문을 할 땐 먼저 아이의 생각을 물어보면 보통 아이는 기다렸다는 듯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.
첫째는 잠시 생각하는듯 하더니 곧 이야기 했다.
-번개를 일곱번이나 맞고 그때마다 살아난 것은 운이 좋은거 같은데요....
-그런데?
-남들은 맞지도 않는 번개를 7번이나 맞은 게 운이 좋은 건가 싶어서요........
역시나 아이는 확률적인 계산을 한 모양이었다.
-그렇구나....엄마도 그렇게 생각한단다....그런데 그건 답이 정해져 있는 건 아닌 것 같구나.....
같은 상황에서 누구는 죽을 수도 있는데 살아났음에 감사할거고 그렇다면 그건 행운이겠지....
그러나 누구는 같은 상황에서 왜 남들은 한번도 맞기 힘든 번개를 난 7번이나 맞았나.....한다면 그는 평생 자신을 불운한 사람이라 생각하지 않을까 싶구나......
교과서적인 대답을 하면서도 실은 난 그가 불운이라고 생각했다. 그때는 그랬다. 내 맘이 그때는 참 가난했다.
왜 다들 참 잘 사는 것 같은데 나는 왜 이리 힘든 길만 가는 건가......그게 내 머릿 속을 온통 장악하고 있었으니까......
지금은 그가 그래도 아주 불운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아직도 난 그가 행운아라고는 생각지 못하고 있다.
아직도 난 채워지지 않은 빈 잔을 들고 있는 듯 하다.
그걸 무엇으로 채우고나야 아이의 질문에 난 자신있게 그건 행운이라고 생각해......라고 대답할 수 있을까.......
내 나이 반백세에는......내가 꿈에도 그리던 눈이 아이같은 어른이 되어서 누구보다 여유로운 미소로 그건 행운이야.....라고 말할 수 있기를......
그러기 위해 오늘도 내 빈잔을 무엇으로 채울지 고민하면서 나를 더욱 성장시킬 수 있기를.......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