12시 53분
행복한 몽상가
바람이 나무를 휘감아 흔들고
비는 땅을 뚫을 듯 세차게 때린다.
두 팔을 베고 누워 창 사이로 스며들어오는 바람을 맞으며
나는 내 머릿 속을 가득 채웠던 상념을 내려놓는다.
누군가
이 추운 날 비를 맞고 앉아서 이 비를 피할 곳만 있다면
더불어 뽀송한 이불 한 채에 몸을 뉠 수만 있다면
그런 꿈으로 오늘 밤을 보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
그런 생각에 내가 잠시 내 지금에 감사했다는 것 조차 부끄럽다.
누군가와 견주어
보다 나음에 감사한다는 것은
부끄러운 일이다.
그 부끄러운 짓을 하고서야
내 가진 것에 감사하는 나는
아직도 빈 그릇이다.
그래서 이 빗소리에 소리만 크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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