아이들과 수업을 하다 보면 알게 모르게 나도 꼰대 같은 잔소리를 하게 된다.

오늘도 그런 날이었다.

오늘은 헤르만 헤세의 <크눌프>를 읽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아이들 시험기간 이야기가 나왔다.

수업을 듣는 아이들 중에 특목고를 준비하는 아이도 있고 중학교 내내 공부를 손 놓고 있다가

중3이 되어 엄마 손에 끌러와서는 하루 다니고 소식이 없던 아이를 달래고 달래서 지금은 정말

착실하게 다니는 녀석도 있다. 그러다보니 나도 모르게 또 잔소리가 나온다.

예전에 좀 오래 전에 내가 가르쳤던 아이의 이야기였다.

처음 학원에 가서 시험기간이 되었고 정말 열심히 눈을 반짝이며 수업을 듣던 아이가 있었다.

당연히 난 그 아이가 시험을 잘 쳤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시험이 끝나고 달려와서는 자기가 70점이란다.

어떻게 위로해야하나 딱히 떠오르지 않아서 한 말이 겨우

"괜찮아.... 다음에 잘 치면 되지...."였다.

그런데 아이의 반응이 더 의외였다. 자기는 지금까지 50점을 넘긴 적이 없단다. 그래서 인생의 최고점이란다.

그때서야 아이의 당당하고 밝은 얼굴이 눈에 들어왔다. 나는 그 아이에게 신신당부를 했다.

다음 시험에서 성적이 떨어질 수도 있다고 그래도 결과에 절대 연연하지 말고 지금 열심히 했던 걸

딱 시험 세 번만 계속해보라고 다음 시험에 성적이 떨어진다고 '내가 그렇지 뭐....'하고 포기하지 말라고......

그 아이의 결과는 여러분의 상상에 맡긴다. 그 아이는 내 인생의 최고의 제자였다.

 오늘 수업을 듣던 아이들에게 그 아이의 이야기를 해주며 결과에 연연하지 말고 내가 후회 없을 만큼

열심히 해보라고 잔소리를 하는데..... 문득 그게 그들을 위한 말이 아니라 어쩌면 나를 위한 말이 아닌가 싶었다.

늘 쉽게 지치고 포기하고 물러서는 나에게 말이다.

쉽게 시작하고 쉽게 포기하던 나에게 이 블로그가 그런 노력의 시간이었으면 좋겠다.

요즘 성공담이 주위에 넘쳐난다. 어쩌다 보니  SNS는 기회의 땅이 되어 버린 것 같다.

그럼에도 오늘 어깨가 움츠려 든 채로 귀가를 했을 더 많은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.

그들에게 너희도 할 수 있다........ 그 말보다는 지금이 전부가 아니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.

인생은 생각보다 길다. 나이의 앞 숫자가 바뀔수록 느끼게 된다.

그래서 지금 이 어깨가 움츠려 드는 순간은 정말 순간일 뿐이라고 말하고 싶다.

내가 미치도록 힘들 때 했던 생각이 있다.

" 지금 내 고민은 딱 두 달 뒤면 정말 별거 아닌 일일 것이다."

대부분이 그랬다. 정말 두 달 뒤면 날 미치게 했던 고민들이 술자리 안주감 정도가 되어있었다.

3포에서 4포 이제는 더 무엇을 포기해야 할지 가늠할 수 없어서 N포 세대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.

그럼에도 포기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. 너무 포기하고 싶은 것이 많은 세상은 그만큼 변할 가능성도

많은 세상인 것이다. 그 변화의 중심에 나를 세우기 위해 지금 잠시 쉰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.

나 역시 그런 컴컴한 터널 같은 시간을 지나온 경험이 있다. 더는 정말 더는 나의 자유의지대로 살 수

없을 것 같던 시간을 지나오고 나니 요즘은 너무 많은 꿈을 꾸어서 그 꿈에 눌릴 지경이다.

그러니 오늘과 다를 내일을 위해 고민은 잠시 벗어두고 Good night!!

 

 

Posted by 행복한 몽상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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